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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원고·촬영|송차이
번역|TsaiChien Wu
편집|Mimy Chan
콘텐츠 크리에이터 송차이의 대만·한국 사진 칼럼 〈Slow Pace〉 독점 연재
만약 이 낭만적인 만남에 다음이 있다면? 셔터를 더 많이 눌러갈수록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리듬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사진 칼럼에서, 대만과 한국을 오가는 송차이는 카메라로 대만의 인정미를 향한 애정을 담아낼 뿐만 아니라, 가장 익숙한 한국의 일상도 뷰파인더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 관광지스럽지 않은’ 대만과 한국의 일상 풍경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이 글을 보는 한국과 대만 독자 여러분, 여러분에게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젠 휴대폰으로 필요한 것들을 쉽게 집에서 받아보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려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존재감은 이전에 비해 조금은 적어진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한국과 대만의 시장이 품고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두 곳의 시장을 다녀와봤습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도시이자 제 고향인 부산(釜山)의 수산물 시장, 자갈치 시장과 대만의 가장 남쪽에 위치해 언제나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도시 가오슝(高雄)의 할로 시장(哈囉市場)의 모습을 담아왔어요.
부산의 자갈치 시장은 매일 새벽 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들을 판매하는 수산 시장입니다. 해가 뜨기도 전인 아주 이른 새벽엔 해산물 경매가 열리기도 하고, 경매가 끝나고 나면 생선과 해산물을 사려는 일반 방문객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옛날엔 생선을 잔뜩 실은 배가 바다에서 육지로 돌아와 잡은 생선을 옮겨 담을 때 떨어진 생선들을 할머니들이 몰래 주워다가 다시 팔기도 했다고 해요.
가오슝의 할로 시장(哈囉市場)은 과거 미군이 주둔하던 시절 시장의 상인들이 영어는 모르지만 시장을 찾아온 미군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Hello! Hello! 하고 외치는 소리들로 가득했다고 해요. 시장을 가득 채운 대만 사람들의 할로 할로 소리 덕분에 지금의 ‘할로 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지금은 할로 소리보단 대만 사람들의 중국어로 가득한 시장이지만 활기는 여전했답니다.
제가 카메라로 담아온 한국과 대만의 시장의 따뜻한 모습들 우리 함께 살펴볼까요?
📸台灣高雄哈囉市場(헬로 시장)

▶︎할로~ 라며 인사를 건내는 듯한 할로 시장 (헬로 시장)의 표지판! 표지판을 따라 시장이 나올 때까지 걸어봅니다.

▶︎시장을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야채 코너. 옥수수를 한무더기 앞에 두고 빠른 손으로 껍질을 벗겨내시던 옥수수 가게 사장님.옥수수 껍질을 바로 버리지 않고 따로 한 곳에 모아두시길래 그 이유를 여쭈어보니 “이 옥수수 껍질은 소의 밥이란다 ~~ ” 라며 제가 행여나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할까봐 천천히 또박또박 말씀해주시던 갓 찐 옥수수처럼 따뜻한 분이었다.

▶︎한국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대만의 식재료, 쟈오바이쑨 (茭白筍). 대만에서는 주로 고기를 구워먹을 때 우리가 버섯과 양파를 함께 굽는 것 처럼 이 쟈오바이쑨도 함께 불에 올려 구워요. 잘 익은 자오바이쑨을 한 입 베어물면 야채의 은은한 단맛과 말캉 아삭거리는 식감이 아주 중독적이랍니다. 아! 그리고 쟈오바이쑨에게는 웃긴 별명이 하나 있어요. 바로 ‘미인의 다리(美人腿)’ . 별 다른 설명은 필요 없는 너무나도 직관적인 별명이지 않나요? 과거에는 희고 곧은 모양만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 이런 별명이 붙었지만, 사실 자연에서 자란 모든 생명체는 제각각 독특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지니고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 우리 역시 정해진 정답 없이 모두가 그 자체만으로로 아름답다는 것 잊지 말자고요!

▶︎쟈오바이순을 찍다가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제게 브이를 그려 보여주셨어요. 시장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어대는 외국인에게 사장님들이 건네는 무언의 눈인사는 정말 따뜻했습니다.

▶︎오토바이를 끌고 가게로 새벽부터 출근한 야채 가게 사장님의 가게 한 켠에는 손수 만든 사장님만의 수납함이 있었습니다. 철사를 이리저리 구부려 만든 사장님만의 달력 걸이, 헬멧 걸이, 가방 걸이!

▶︎가게 한 켠에 놓인 대만 사람들의 아침. 종이 음료 잔에 든 건 아마도 또우장(대만식 콩 음료)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직 음료에 빨대도 꽂지 않은 걸 보니 아침을 먹을 시간도 없이 출근하자마자 바쁘게 일하셨나봅니다.뒤에서 “모두들 좋은 아침! (大家早安)” 이라는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어떤 남성분께서 한 손에 아침이 가득 담긴 빨간 바구니를 손에 들고 가게를 돌아다니며 식사를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와 함께 행복한 기운도 같이 배달해주던 분!

▶︎시장 밖으로 나와보니 천막 위로 할로 시장 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습니다.야채를 담은 비닐봉투를 오토바이에 걸고도 모자랐는지 손목에도 봉투를 잔뜩 건 채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빠르게 시장을 빠져나가시던 할머니. 이게 바로 할로 시장의 멋.

▶︎시장 근처 또 다른 천막으로 들어가니 그 곳엔 아침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했습니다. 매일 아침 직접 샌드위치를 하나하나 다 싸서 진열한다던 아침 가게 사장님.

▶︎대만의 국민 아침 메뉴인 무 떡(蘿蔔糕)과 소세지가 구워지며 나는 그 고소한 냄새.. 대만 아침 식당에서 나오는 저 빨간 소세지는 고기보단 밀가루 맛이 더 많이 나지만 그래서 더 매력있는 장난스러운 맛!

▶︎아침 가게 한 켠에서는 아주머니께서 아주 빠른 속도로 만두를 빚고 계셨습니다. 피는 만두소가 다 비칠 만큼 얇지만 쫀쫀해보였어요. 그 위에 만두 소를 가득 올리곤 손으로 가장자리를 몇 번 꾹 꾹 눌러준 다음 접시를 이리저리 굴리니 반죽이 동그란 반원 모양으로 잘리며 만두 가장자리가 깔끔하게 정돈되더라고요!

▶︎아주 커다랗고 하얀 게 반달 같이 보였어요.. 하늘에 있는 달이 저물고 새벽 시장이 열리면 시장 아주머니의 철판 위에서 달이 새롭게 떠오른다!!!
📸한국 부산 자갈치 시장

▶︎큰 대야에 담겨 있는 멍게. 멍게는 한국의 흔한 해산물 중 하나지만, 향이 강하고 비린 맛이 강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죠. 전 부산 사람이지만 아직도 멍게를 잘 먹지 못해요. 멍게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바닷가 사람. 저는 가짜 부산 사람.

▶︎손질된 멍게를 봉지에 넣어 팔고 있어요. 사진만 봐도 바닷가의 짭쪼름한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자갈치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시장 상인분들의 앞치마 패션! 각자 앞치마, 장화, 장갑 색깔이 모두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수산물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물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 옷들은 전부 방수되는 재질이라 사장님들의 옷차림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거리는 것도 너무 귀엽습니다.

▶︎딱딱한 의자가 불편했는지 스티로폼 상자와 신문, 비닐 봉지를 여기저기 덧대어 사장님만의 고급 리클라이너가 완성됨.

▶︎탈출을 감행하는 숭어. 하지만 탈출한지 3초만에 바로 사장님께 발각되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던.

▶︎아침을 파는 대만의 식당과는 다르게 한국의 시장엔 상인들을 위한 아침을 파는 곳이 잘 없어요. 상인분들은 각자 집에서 밥과 반찬을 싸 와 다같이 나누어 먹거나 근처 식당에서 아침 한상을 배달시켜 먹으며 아침을 맞이하곤 합니다.

▶︎시장 한 켠에 걸려있던 아주 오래된 보라색 전화기. 귀에 가져다대면 왜인지 시끌벅적한 시장통 소음이 들려올 것만 같았다.

▶︎강한 불빛을 보면 달려드는 오징어! 그런 오징어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오징어 잡이 배. 낮에는 이렇게 부둣가에서 쉬다가 밤이 되고 주변이 모두 깜깜해지면 이 배에 달린 전구들을 모두 켠 다음 오징어를 배 근처로 불러들인답니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세탁한 옷을 말리는 것처럼 이 곳에선 햇빛이 강한 날에 이렇게 생선을 꺼내어 말리곤 합니다. 바닷바람과 따뜻한 햇빛을 잔뜩 머금은 반건조 생선은 더욱 짭짤하고 쫄깃해요.

▶︎수산시장답게 낚싯대만을 파는 트럭도 있었어요. 낚싯대를 이렇게 하늘을 향해 세워놓으니 신호를 잡는 안테나 같기도?

▶︎달력을 가득 채운 식당 예약 현황. 예약이 없는 날이 하나도 없네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앞치마를 한 쪽에 걸어두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사장님의 표정엔 왜인지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한국의 시장엔 수레를 끌고 돌아다니며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 수레차’가 있습니다. 움직이는 작은 카페인 셈이죠! 정말 오랜만에 여기서 믹스 커피를 사 먹어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웃음기도 없으셨고, 말투도 정말 투박했지만 할머니께서 건네받은 커피는 차가운 새벽 공기를 다 녹여버릴 정도로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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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당신은 헬로 시장의 어떤 특징을 가장 좋아합니까?
할로 시장 시장 상인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옥수수 껍질을 까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물건이 들어오면 같이 날라주는 것과 같은 따뜻한 순간들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을 걷는 내내 마음이 구석구석 따뜻해지던, 대만의 따스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Q2.부산 시장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부산 자갈치 시장은 부산 바다의 향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맡을 수 있는 곳입니다. 달력을 보지 않아도 자갈치 시장에 나오는 생선과 해산물을 보면 어느 계절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전 세계에서 가장 생기가 넘치는 곳이 이 자갈치 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만 작가 송채】소개
한국 부산 출신, 중국어학과 졸업. 대만 여행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가오슝에서 〈나랑 타이베이에 (며칠만) 남아줄래〉라는 노래를 듣고 'icyball(아이시볼)’을 최애 밴드로 삼게 되었다.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인기 관광지는 일부러 피해 옛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화면 속에 대만 사람과 대만 특유의 인정미가 담긴 순간을 유난히 좋아한다. 2025년에 '한국인이 보는 대만'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포착한 귀여운 풍경들을 올리기 시작해, 단기간에 만 명이 넘는 대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Threads: @songcaiii
